VOL.17 · 인수인계“전 원장님은 이렇게 해주셨는데요” 학원매매사이트 매물을 계약하기 전에 받아 둘 인계 목록
안녕하세요, 오늘은뮤직 마승일입니다.
학원을 인수하신 원장님들께 첫 달이 어땠는지 여쭤보면 비슷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수업보다 해명을 더 많이 했어요.” 등록한 지 얼마 안 된 수강생이 와서 “전 원장님은 이 가격에 해주셨는데요”라고 하고, 다른 분은 “저 지난달에 홀딩해 둔 거 있는데요”라고 합니다. 새 원장님 손에는 확인할 자료가 없습니다.
저도 운영 중인 학원을 인수해서 다시 세운 적이 있고, 잘못 짚어서 돈으로 값을 치른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오늘은 학원매매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으신 분들께,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무엇을 넘겨받기로 적어 둬야 하는지 인계 목록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01매물 글 속 원생 수는 언제 찍은 사진일까요?
학원매매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글에는 대개 원생 수, 월 매출, 권리금, 월세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전부 한 시점에 찍은 사진입니다. 인수하는 쪽에 필요한 건 그 사진이 아니라 지난 몇 달 동안 숫자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보여 주는 영상입니다.
가정한 예시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원생이 100명인데 매달 15명이 그만두고 5명이 새로 들어오는 학원이라면, 한 달에 10명씩 줄고 있는 셈이고 이 흐름이 이어지면 여섯 달 뒤에는 40명이 남습니다. 수강생 한 명당 강사료를 빼고 10만 원이 남는다면 매달 손에 쥐는 돈이 100만 원씩 줄어드는 구조인데, 매물 글에는 이 흐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물 글을 보고 연락하실 때 첫 요청은 권리금 조정이 아니라 자료여야 합니다. 최근 6개월에서 1년 동안 달마다 신규 등록과 퇴원이 몇 명이었는지, 지금 원생들이 몇 개월째 다니고 있는지 그 분포를 달라고 하세요. 이 자료를 내주지 않는 매물이라면 그 자체로 답이 됩니다.
02명단이 아니라 원생마다 붙은 약속을 넘겨받으세요
인수할 때 원생 명단은 당연히 받지만, 문제는 명단만 받고 끝나는 경우입니다. 원생 한 분 한 분에게는 이름 말고도 약속이 붙어 있습니다. 결제일이 언제인지, 어떤 할인을 받고 있는지, 남은 회차가 몇 번인지, 홀딩을 걸어 둔 기간이 있는지. 이 약속들이 넘어오지 않으면 첫 달 내내 수강생 한 분씩 붙잡고 확인해야 합니다.
숫자로 남지 않는 정보도 함께 받아야 하는데, 어떤 성향의 분인지, 지금 어떤 곡을 하고 계신지, 왜 다니기 시작하셨는지. 아이 수강생이라면 보호자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특이사항까지 넘겨받아야 새 원장님이 첫 상담에서 “다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고, 그 한마디가 인수 직후의 이탈을 막습니다.
원생이 30명을 넘는 학원이라면 대부분 학원 관리 프로그램을 씁니다. 수첩이나 엑셀로는 회차 계산과 재등록 시점, 강사료 정산에서 사고가 나기 때문입니다. 계약 전에 그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내보내서 넘겨받을 수 있는지, 남은 회차와 홀딩 기록과 결제 이력이 빠짐없이 들어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그리고 이 항목을 계약서에 인계 대상으로 적어 두세요.
03강사진도 학원과 함께 넘어올까요?
레슨실과 악기는 계약서에 적힌 대로 넘어오지만, 사람은 계약서대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음악학원에서 수익을 만드는 건 결국 강사이고, 원생 상당수는 학원보다 선생님을 보고 다닙니다. 원장이 바뀐다는 소식에 핵심 강사 한두 분이 떠나면 그분 반 원생들도 같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강사별로 원생을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는지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같은 10명을 맡겨도 두 달 뒤 8명을 남기는 강사가 있고 5명을 남기는 강사가 있습니다. 인수하려는 학원에 8명을 남기는 선생님이 몇 분인지가 원생 수보다 학원의 내일을 더 정확하게 말해 줍니다.
계약 구조도 확인하셔야 하는데, 3.3%를 떼는 프리랜서 계약인지 4대보험 근로자 계약인지, 그리고 서류상 형태가 실제로 일해 온 방식과 맞는지요. 서류는 프리랜서인데 실제로는 출퇴근 시간과 업무 지시를 받아 왔다면 나중에 생기는 분쟁을 새 원장님이 떠안을 수 있으니, 애매하면 노무사에게 한 번 묻는 것이 가장 쌉니다.
비밀유지와 경업에 대한 약속이 있었는지도 꼭 물어보셔야 합니다. 강사가 수강생 명단을 들고 나가 바로 옆에 교습소를 여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인수 뒤 강사를 새로 채용하거나 내보내면 통상 15일 안에 교육청에 신고해야 하고, 아동·청소년 수업이 있다면 성범죄경력조회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04플레이스와 블로그 계정은 계약서 한 줄로 갈립니다
인수 계약서에서 가장 자주 빠지는 항목이 온라인 계정입니다. 요즘 수강생은 간판을 보고 오지 않고, 검색해서 분위기를 살피고 강사 실력까지 확인한 다음에야 상담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오시는데, 그 첫 화면이 대부분 네이버 플레이스입니다. 저희 지점 통계로도 방문 고객의 50~80%가 네이버 플레이스를 보고 오셨습니다.
그 플레이스에 쌓인 리뷰와 사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쌓인 게시물은 돈을 주고도 다시 사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새로 만든 플레이스에 같은 만큼의 리뷰를 다시 쌓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날짜까지 적어 두셔야 합니다. 플레이스 관리 권한을 언제 넘겨받는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넘겨받는지, 넘겨받지 않는다면 기존 게시물은 어떻게 할지. 이 자산이 권리금 안에 들어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학원양도양수 계약서에 적힌 같은 금액도 전혀 다른 거래가 됩니다.
05낮에 본 학원은 저녁에 한 번 더 보세요
매물을 보러 가는 시간은 대개 낮이고, 그때는 학원이 가장 조용합니다. 방음이 제대로 되는지는 수업이 몰리는 저녁에 다시 가서 들어 봐야 압니다. 옆방 드럼 소리가 보컬실까지 넘어온다면 그 벽은 손을 봐야 하고, 그 비용은 인수가에서 빼야 할 금액입니다.
천장과 벽에 물 자국이 있는지, 배전함이 낡거나 용량이 모자라지 않은지도 보세요. 냉방이 방마다 따로 있는지 덕트로 이어져 있는지도 중요한데, 덕트는 소리가 그대로 타고 넘어가 방음에 약합니다. 방음이 중요한 방에 쓰는 터닝도어는 일반 문보다 개당 수십만 원이 더 들어서, 바꿔야 할 문이 몇 개인지 세어 보면 그 숫자가 곧 협상할 금액이 됩니다.
피아노학원인수라면 조율 상태와 건반 소리, 페달까지 악기를 꼭 직접 쳐 보세요. 중고 피아노는 제조 연식과 브랜드를 확인하고 운반비와 조율비, 수리비까지 더해야 진짜 값이 나옵니다. 드럼과 앰프, 마이크도 한 번씩 켜서 직접 소리를 들어 보면 상태가 나쁜 장비는 조율비와 수리비만큼 인수가에서 빼 달라고 말할 근거가 생기고, 인수한 뒤 첫 달에 갑자기 나갈 수리비도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06학원 밖에서 확인할 네 가지
학원 안을 다 보셨다면 이제 밖을 볼 차례인데, 그 첫째가 상권입니다. 전 원장님이 잘 운영하셨다는 건 과거의 이야기이고, 그 자리가 앞으로도 좋은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스마트플레이스 통계로 최근 방문자와 검색어 추이를 보고, 오픈업 같은 서비스로 주변 매출 흐름도 보세요. 카드 매출만 잡히니 실제보다 조금 낮게 나온다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둘째는 임대인입니다. 임대료를 언제 얼마나 올려 왔는지, 하자가 생겼을 때 협조적인 분인지 확인하세요. 같은 건물 다른 임차인에게 한 번 여쭤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셋째는 법규입니다. 음악학원으로 등록돼 있던 곳이라도 규정이 바뀌어 전기나 소방 설비를 더 요구받을 수 있고, 인허가가 승계된다고 시설 기준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니 관할 교육지원청에 계약 전에 전화로 먼저 물어보세요.
넷째는 거래 비용입니다. 중간에 컨설팅 업체나 중개인이 끼어 있다면 수수료가 얼마이고 누가 내는지 미리 확인하세요. 업체마다 다르고 일반 부동산 수수료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통학 차량을 운영하던 학원이라면 차량을 함께 넘겨받는지, 할부와 보험은 어떻게 되는지도 인수 원가에 넣어 계산하셔야 합니다.
- 매물 학원에 최근 6~12개월 달별 신규·퇴원 숫자를 요청하세요.
- 원생별 결제일·할인·남은 회차·홀딩 기록을 넘겨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 강사별 유지 인원과 계약 형태, 경업 약속 유무를 표로 받아 보세요.
- 플레이스·블로그·인스타그램 인계 날짜를 계약서 문구로 적어 두세요.
- 평일 저녁에 한 번 더 방문해 방음과 악기 상태를 직접 확인하세요.
+실용음악학원창업, 인수를 고민 중이라면
인수가 잘 맞으면 분명 좋은 길입니다. 기존 시설을 쓰면 새로 짓는 것보다 초기 비용을 30~50% 정도 아낄 수 있고, 공사 기간 없이 바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장점은 인계가 제대로 됐을 때만 남습니다. 실용음악학원창업을 인수로 시작하신다면, 학원매물을 고르는 시간만큼 인계 목록을 채우는 데 시간을 쓰세요. 매물 범위를 학원 밖으로 넓히는 이야기는 권리금 2,500만 원에 연습실을 산 광주점 이야기에, 권리금 협상 기준은 학원매매 글 올리기 전에 보는 글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 매물 글의 원생 수는 사진입니다. 달별 신규·퇴원 기록으로 흐름을 보세요.
- 명단만 받지 말고 원생마다 붙은 결제·할인·회차·홀딩 기록을 넘겨받으세요.
- 강사는 계약서대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유지 인원과 계약 형태를 먼저 보세요.
- 플레이스·블로그·인스타그램 인계는 날짜까지 계약서에 적어 두세요.
- 시설은 저녁에 다시 보고, 상권·임대인·법규·수수료까지 확인하세요.
학원을 사고파는 자리에서 오가는 숫자는 대부분 지금의 숫자입니다. 하지만 인수한 원장님이 매일 마주하는 건 그 숫자 뒤에 붙어 있던 약속들입니다. 그 약속을 계약 전에 꺼내 받아 두면, 첫 달은 해명이 아니라 수업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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