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2 · 양도양수깎으면 되는 흠과 접어야 하는 흠, 학원양도양수 계약 전에 둘부터 가르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뮤직 마승일입니다.
저는 스물일곱에 첫 실용음악학원을 열었습니다. 그때는 학원을 사고파는 일이 이렇게 흔해질 줄 몰랐어요. 요즘 상담을 하다 보면 매물로 나온 학원을 두고 고민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그분들이 들고 오시는 질문은 대개 비슷합니다. “방음문이 좀 낡았고 피아노 한 대는 조율이 필요하대요. 권리금을 얼마나 깎으면 될까요?” 저는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하나를 여쭙니다. “그 원장님은 왜 파신대요?”
오늘은 학원양도양수를 앞두고 실사 목록을 들고 계신 분들께, 그 목록을 두 칸으로 나눠 읽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칸은 가격으로 해결되는 흠이고, 다른 한 칸은 가격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 흠입니다.
01파는 이유를 묻지 않고 실사를 시작하면 왜 위험할까요?
학원을 내놓는 이유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그 자리와 건물에서 오는 이유고, 다른 하나는 운영하는 방식에서 오는 이유입니다. 앞의 것은 원장이 바뀌어도 그대로 남고, 뒤의 것은 원장이 바뀌면 같이 바뀔 수 있습니다.
요즘 피아노학원매매 글이 많아진 데는 시장 쪽 사정이 큽니다. 음악학원은 고정비가 낮아서 잘 망하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 안 되는 곳이 빠지고 새 곳이 들어오는 물갈이가 잘 일어나지 않아요.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 클래식 수업의 인기 하락, 원데이클래스 같은 취미 플랫폼의 등장, 경기가 나빠지면 레슨부터 줄이는 소비 습관, 브랜드형 학원의 등장까지 겹쳤습니다.
이 사정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갈림이 보입니다. 아이 수요가 줄었다는 건 타깃의 문제라서 과목과 대상을 바꾸면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그 동네 상권 자체가 기울고 있다면 원장이 누구든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사 목록을 펴기 전에 매도 사유부터 한 줄로 적어 두시라고 권합니다. 그 한 줄이 “운영” 쪽이라면 실사는 가격을 정하는 일이 되고, “자리” 쪽이라면 실사는 거래를 할지 말지를 정하는 일이 됩니다.
02돈으로 고쳐지는 흠은 인수가에서 빼면 됩니다
실사에서 나오는 흠 가운데 상당수는 돈을 들이면 해결됩니다. 이런 흠은 겁낼 필요가 없어요. 금액을 정확히 뽑아서 권리금에서 빼고 협상하면 됩니다.
대표적인 게 방음문과 악기입니다. 방음이 중요한 방에 쓰는 터닝도어는 일반 문보다 개당 수십만 원이 더 듭니다. 바꿔야 할 문이 몇 개인지 세면 금액이 나옵니다. 중고 피아노는 제조 연식과 브랜드를 확인하고, 상태가 나쁘면 조율과 수리에 들 돈만큼을 인수가에서 깎는 근거로 씁니다.
온라인 채널도 이쪽에 가깝습니다. 플레이스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계정을 넘겨받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데, 그 시간과 비용을 금액으로 환산해 협상에 넣을 수 있습니다. 넘겨받을 수 있다면 반드시 요구하시고요.
놓치기 쉬운 비용도 두 가지 있습니다. 학원 차량을 운행하던 곳이라면 차량 상태와 운행 비용도 인수 원가에 들어갑니다. 중간에 컨설팅 업체가 끼어 있다면 수수료도 미리 확인해야 하는데, 업체마다 다르고 일반 부동산 수수료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둘은 계약서 금액에 안 보여서 나중에 놀라시는 일이 잦습니다.
- 매도 사유를 ‘자리’와 ‘운영’ 중 어느 쪽인지 한 줄로 적어 두세요.
- 바꿔야 할 방음문 개수, 조율·수리가 필요한 악기 대수를 세어 금액으로 바꾸세요.
- 차량 운행비와 컨설팅 수수료처럼 계약서에 안 보이는 돈을 따로 한 줄로 적으세요.
- 돈으로 해결되는 흠의 합계를 권리금 옆에 나란히 적어 협상 자료로 쓰세요.
03돈을 얼마 들여도 그대로인 흠이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칸입니다. 아무리 돈을 들여도 바뀌지 않는 흠이 있어요. 이런 흠은 가격을 깎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싸게 산 만큼 매달 조금씩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상권의 방향입니다. “지금까지 잘됐다”는 건 지난 이야기이고, 앞으로 그 자리가 어떨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스마트플레이스 통계로 찾아오는 사람의 연령층과 검색어, 방문자 추이를 보고, 오픈업으로 매출 흐름을 조회해 보세요. 오픈업은 카드 매출 기준이라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둘째는 평수에 비해 방이 몇 개 나오는 구조인지입니다. 쓰지 못하는 복도와 로비에도 매달 임대료는 나갑니다. 저희 창원점은 60평인데 방 개수는 27평인 성수점과 같습니다. 같은 수업을 돌리면서 임대료는 두 배를 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벽을 다시 세우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순간 인수의 가장 큰 장점인 공사비 절감이 사라집니다.
셋째는 임대인입니다. 임대료를 얼마나 자주 올려 왔는지, 하자가 생겼을 때 협조하는 분인지는 계약 뒤에 바꿀 수 없습니다. 임대인은 앞으로 몇 년을 함께 갈 사업 파트너입니다. 이 셋 중 하나라도 걸리면, 저는 권리금을 얼마나 깎을지보다 이 거래를 계속할지를 먼저 다시 생각합니다.
04인허가가 넘어오면 시설 기준도 같이 넘어올까요?
두 칸 사이에 걸쳐 있는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학원법과 시설 규정입니다. 이미 음악학원으로 등록돼 있는 곳이니 괜찮겠지 하고 넘기시는 분이 많은데, 인허가가 승계된다고 해서 시설 기준까지 저절로 면제되는 건 아닙니다.
법규가 바뀌면서 예전에는 없던 전기 공사나 소방 설비가 요구될 수 있습니다. 공사로 해결되는 수준이면 앞의 칸, 즉 가격으로 빼면 되는 흠입니다. 그런데 건물 구조 때문에 요구 사항을 아예 맞출 수 없거나, 맞추려면 벽과 천장을 다시 뜯어야 할 만큼 공사가 커진다면 그건 뒤의 칸에 들어가는, 가격을 아무리 깎아도 해결되지 않는 접어야 하는 흠이 됩니다.
어느 쪽인지는 관할 교육청에 직접 물어봐야 압니다. 계약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주소를 들고 전화부터 하세요. 같은 질문도 가계약 전에 하면 협상 자료가 되고, 잔금 뒤에 하면 그냥 내 비용이 됩니다.
05원생 수 대신 원생 구성
원생 수는 실사에서 가장 먼저 보이지만 가장 덜 믿어야 하는 숫자입니다. 100명이 다녀도 재등록률이 낮다면 물이 새는 독이에요. 연령층, 선호하는 수업 형태, 재등록률을 같이 보셔야 원생이 진짜 자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두 칸이 갈립니다. 재등록률이 낮은 이유가 강사나 수업 방식에 있다면 운영의 문제라서 인수 뒤에 바꿀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원생 대부분이 그 동네를 곧 떠나는 연령층이거나, 그 상권에 맞지 않는 대상만 모여 있다면 자리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운영 쪽 흠이 바뀐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면, 매매 글을 올렸던 한 성인 피아노 학원 원장님은 실용음악 과목을 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두 달의 리브랜딩 끝에 다시 문을 열어 2년이 채 안 돼 수강생이 27명에서 209명이 됐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학원매매 글 올리기 전에 보세요에 적어 두었습니다. 다만 이건 자리가 받쳐 줬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같은 처방이 상권이 기운 자리에서도 통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원생을 넘겨받을 때는 명단만이 아니라 결제 정보와 할인 여부, 아이라면 성향 같은 특이사항까지 받아야 인수 첫 달이 덜 흔들립니다. 이 부분은 인계 목록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실용음악학원창업을 인수로 시작하려 한다면
인수는 잘 맞으면 좋은 길입니다. 공사 없이 바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원생도 함께 넘어옵니다. 다만 그 장점은 흠을 정확히 두 칸으로 나눠 읽었을 때만 내 것이 됩니다.
권리금을 깎는 데 집중하다 보면 돈으로 안 고쳐지는 흠을 지나치기 쉽습니다. 오히려 협상이 잘 풀려서 싸게 샀다는 기분이 들 때 한 번 더 확인해 보세요. 그 흠이 어느 칸에 있는지를요. 실용음악학원창업을 인수로 시작하시든 새로 여시든, 매달 나가는 돈 앞에서는 누구나 같은 계산을 하게 됩니다.
- 학원양도양수 실사 전에 그 원장님이 왜 파시는지부터 한 줄로 적으세요.
- 흠은 돈으로 고쳐지는 것과 돈으로도 안 고쳐지는 것, 두 칸으로 나눠 읽습니다.
- 방음문·악기·채널·차량·수수료는 금액으로 바꿔 인수가에서 빼면 됩니다.
- 상권의 방향, 평수 대비 방 개수, 임대인은 가격을 깎아도 그대로 남습니다.
- 인허가가 넘어와도 시설 기준은 관할 교육청에 가계약 전에 다시 확인하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매물을 볼 때 흠이 적어 보이면 마음이 먼저 기웁니다. 그래서 일부러 종이 한 장을 반으로 접고 왼쪽엔 고칠 수 있는 것, 오른쪽엔 고칠 수 없는 것을 적습니다. 오른쪽 칸이 비어 있으면 그때부터 가격 이야기를 합니다. 그 순서 하나가 몇 년의 임대료를 지켜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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