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 · 방음벽방음벽은 소리만 막지 않습니다, 27평에 레슨실 11개가 들어간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뮤직 마승일입니다.
“방음벽은 몇 센티로 해야 하나요?” 공간을 구하신 원장님께 가장 먼저 듣는 질문입니다. 중요한 질문이 맞습니다. 그런데 학원 공사를 서른 번 넘게 직접 시공하고 감리하며 배운 건, 두께를 정하기 전에 정해야 할 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벽을 어디에, 몇 개 세우느냐입니다.
저도 처음엔 벽을 소음 대책으로만 봤습니다. 지금은 매출 설계도로 봅니다. 오늘은 방음벽을 그렇게 봐야 하는 이유를, 저희 지점 두 곳을 나란히 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01방음벽 견적을 받기 전에 무엇부터 정해야 할까요?
음악학원에 세우는 벽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합니다. 하나는 옆 방의 드럼 소리가 피아노 레슨으로 넘어오지 않게 막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수업을 팔 수 있는 단위, 곧 방을 만드는 일입니다. 앞의 일만 생각하면 방음공사는 비용 항목이 됩니다. 뒤의 일까지 같이 보면 벽은 매출을 만드는 설비가 됩니다.
학원 수입은 평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대에 몇 개의 수업을 동시에 돌릴 수 있느냐에서 나오고, 그 숫자를 정하는 것이 결국 벽이기 때문에 저는 업체 견적서를 받아 들기 전에 평면도부터 먼저 펴 놓고 봅니다. 벽 선을 연필로 그어 보고, 문을 어디로 낼지 정하고, 그다음에 사양을 이야기합니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두께도 자재도 좋은데 막상 세워 놓고 보니 방이 기대보다 한두 개 적게 나오는 겁니다. 그 빈자리는 개원 첫날부터 문 닫는 날까지 매일 비어 있는 수업 시간이 됩니다.
0227평 지점과 60평 지점의 방 개수가 비슷한 이유
저희 지점 가운데 최근에 처음부터 설계해서 연 곳은 27평입니다. 그 안에 레슨실 11개와 라운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쓰지 않고 버려지는 자리를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벽 선을 하나하나 맞췄고, 결과적으로 데드 스페이스가 사실상 없습니다.
반대편에는 제가 인수한 60평 지점이 있습니다. 면적은 두 배를 넘는데 방 개수는 27평 지점보다 많지 않습니다. 전 주인이 세운 벽을 그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전 주인이 쓰던 넓은 복도와 로비가 그대로 남았는데, 수업이 한 번도 열리지 않는 그 면적에도 레슨실과 똑같은 단가로 다달이 임대료가 빠져나간다는 뜻이고, 이건 계약서 금액만 봐서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비용입니다. 방은 늘지 않는데 월세만 넓은 평수 기준으로 내는 구조입니다.
두 지점을 비교하면 결론이 분명해집니다. 공간이 넓다고 수업을 더 팔 수 있는 게 아니라, 벽이 잘 서 있어야 더 팔 수 있습니다. 매물을 보러 가시면 ‘몇 평이냐’보다 ‘여기에 벽을 세우면 방이 몇 개 나오느냐’를 먼저 계산해 보세요.
벽 선을 어떻게 긋는지, 방 하나를 만들 때 드는 돈을 어떻게 읽는지는 인테리어는 방당으로 읽으셔야 합니다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03남이 세운 벽은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요?
기존 시설을 넘겨받으면 처음 들어가는 돈을 대략 30~50%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절감분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미 서 있는 벽에서 나옵니다. 문제는 그 벽이 음악 소리를 견딜 만한지 겉으로는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가장 흔한 함정은 사무실용 칸막이입니다. 말소리 정도는 막아 주니 처음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악기 소리 앞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벽을 그대로 믿고 들어갔다가 개원 뒤 옆 방 소리 때문에 방음벽 설치를 다시 하게 되면, 인수로 아낀 돈이 그 공사에 고스란히 들어갑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소리를 다루던 업종의 벽은 믿을 구석이 큽니다. 음악연습실은 방마다 방음이 끝나 있어 바꿀 게 가장 적고, 녹음·합주 스튜디오는 기본 방음에 냉난방까지 좋은 편입니다. 코인노래방은 방마다 전기와 소방이 갖춰져 있어 벽을 다시 짜기가 수월합니다. 이런 자리를 고르는 법은 학원매물 대신 벽을 보고 고른 광주점 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어느 쪽이든 원칙은 하나입니다. 남이 세운 벽은 ‘살릴지 말지’를 측정으로 정하고, 보강할 벽은 그 비용을 인수가에서 미리 빼 두는 겁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에 알게 되면 협상할 방법이 없습니다.
04벽을 아무리 세워도 천장 위로 새는 소리
방음벽을 두껍게 세웠는데도 옆 방 소리가 들린다는 상담을 종종 받습니다. 그럴 때 제가 먼저 올려다보는 곳은 벽이 아니라 천장입니다. 냉난방이 덕트로 이어진 구조라면 소리는 벽을 뚫는 대신 그 통로를 타고 넘어갑니다. 벽에 들인 돈이 천장 위에서 새는 셈입니다.
그래서 공간을 볼 때는 냉난방이 건물 전체를 한 번에 돌리는 중앙 제어인지, 방마다 따로 달린 방식인지를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덕트 방식이라면 방음시공 계획에 그 통로를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넣어야 합니다. 이걸 빼고 받은 견적은 나중에 반드시 늘어납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벽을 세워 방을 나누면 방마다 감지기 같은 소방 설비가 따라 들어가야 합니다. 업종을 바꿔 들어가는 경우라면 소방이 가장 크게 튀는 항목이 되기도 합니다. 벽 개수를 늘리는 계획을 세울 때는 소방 비용도 같은 줄에 적어 두세요.
흡음재 이야기도 여기서 짚고 가겠습니다. 흡음재는 방 안의 울림을 잡는 재료이고, 방음벽은 소리가 옆으로 건너가는 걸 막는 구조입니다. 둘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 보컬실처럼 울림이 문제인 방과 드럼실처럼 전달이 문제인 방은 처방이 갈립니다. 방마다 사양을 나누는 법은 방음 견적 8천만 원이 나온 이유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05벽 공사비는 10년 임대료 옆에 놓고 보세요
벽을 새로 세울지, 있는 벽을 그대로 쓸지 고민될 때 저는 시간을 늘려서 계산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학원은 한 자리에서 오래 하는 일이라, 첫해 공사비만 보면 판단이 자주 틀립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넓은 공간을 넘겨받아 벽 공사를 아꼈는데, 구조가 비효율적이라 50평을 30평처럼 쓰고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쓰지 못하는 20평에 매달 임대료가 나갑니다. 몇 해를 버티다 결국 방을 더 내려고 공사를 다시 하게 되면, 처음 아낀 돈은 거의 남지 않습니다. 10년 동안 들어간 돈을 다 더하면 처음부터 원하는 자리에 벽을 새로 세운 쪽이 오히려 덜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규만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금이 빠듯하다면 방음이 끝난 연습실이나 스튜디오, 권리금 없는 폐업 학원을 넘겨받는 게 훌륭한 출발입니다. 다만 그 공간에서 방이 몇 개 나오는지, 벽과 천장과 소방이 학원으로 쓰기에 충분한지를 따져 본 뒤에 고르셔야 합니다.
- 후보 공간의 평면도에 연필로 벽 선을 그어 레슨실이 몇 개 나오는지 먼저 세어 보세요.
- 이미 서 있는 벽은 사무실 칸막이인지, 방음벽인지 업체에 확인하고 옆 방에서 소리를 내 들어 보세요.
- 천장을 열어 냉난방이 덕트로 이어져 있는지, 방마다 따로 달려 있는지 확인하세요.
- 벽 공사비와 함께 매달 나가는 임대료에 120을 곱한 값을 같은 종이에 적어 비교하세요.
+실용음악학원창업을 앞두고 방음공사 견적을 받으신다면
실용음악학원창업을 준비하며 방음공사 견적을 처음 받으실 때, 업체에 벽 두께부터 묻지 마시고 평면도부터 함께 펴 보세요. 벽이 몇 개 서고 방이 몇 개 나오는지가 정해지면, 두께와 자재는 방의 목적에 맞춰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벽은 한 번 세우면 쉽게 옮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첫 선을 긋는 날이 학원의 10년을 정하는 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방음벽은 소리를 막는 공사이면서 방 개수를 정하는 공사입니다.
- 27평 지점에 레슨실 11개와 라운지가 들어간 건 벽 선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 남이 세운 벽은 측정으로 판단하고, 보강비는 인수가에서 미리 빼 두세요.
- 덕트로 이어진 냉난방은 벽을 우회하는 소리 통로가 됩니다.
- 벽 공사비는 첫해가 아니라 10년 임대료 옆에 놓고 판단하세요.
60평 지점과 27평 지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벽을 새로 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가 늘 싼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공간을 보러 가면 벽부터 셉니다. 두께는 그다음에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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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뮤직 마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