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를 누구에게 주셨나요? 아이·성인·입시생 다 받으면 학원이 흐려집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뮤직 마승일입니다.
저도 처음 학원을 열었을 때는 들어오는 문의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직장인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다 반가웠어요. 서른 개 넘는 지점을 열고 운영하면서 그 마음이 어디서 학원을 흔드는지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음악학원경영에서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 우리 학원이 누구를 위한 곳인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브랜딩 얘기가 아니라 시간표 한 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01저녁 8시는 지금 누구 차지인가요?
주력이 누구냐고 여쭤보면 대부분 바로 답하십니다. 성인 취미라고, 혹은 아이들이라고요. 그런데 저는 말로 듣는 답보다 시간표를 더 믿습니다.
학원마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시간대가 있습니다. 그 황금시간대를 실제로 누가 쓰고 있는지가 그 학원의 진짜 주력이에요. 입으로는 성인 취미가 주력이라고 하면서 저녁 8시 레슨실을 입시생에게 내주고 있다면, 그 학원은 원장이 어떻게 소개하든 상관없이 이미 입시 학원의 손익 구조와 분위기로 하루하루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대상을 넓히는 건 매출을 넓히는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넓어지는 건 커리큘럼과 상담 방식과 마케팅의 가짓수예요. 대상이 셋이면 그것들도 셋씩 필요하고, 강사 한 사람이 세 가지를 다 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상을 하나만 받으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그런 학원은 드물기도 하고요. 다만 주력 하나는 반드시 정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주력이 정해지면 황금시간대를 누구에게 줄지, 인테리어 톤을 어디에 맞출지, 블로그에 무엇을 쓸지가 그 뒤로 줄줄이 따라 정해집니다.
- 이번 주 시간표를 펼쳐 놓고 가장 문의가 몰리는 시간대 한 칸에 동그라미를 쳐 보세요.
- 그 칸을 지금 성인·아동·입시 중 누가 쓰고 있는지 적어 보세요.
- 적은 답이 내가 말하던 주력과 같은지 비교해 보세요.
02성인 취미반은 비어 있는 낮 시간과 싸웁니다
성인 수강생은 평일 저녁 7시에서 10시 사이, 그리고 주말에 오기 때문에,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레슨실 대부분이 불만 꺼진 채로 놀고 있는 날이 많아요. 이 빈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성인 취미 모델이 안고 가는 숙제입니다.
물론 좋은 점도 분명한데, 돈을 내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같아서 상담실에서 본인이 마음을 정하면 그날 바로 등록이 됩니다. 결정이 빠르니 인원을 모으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대신 들어오는 만큼 떠나는 것도 빠릅니다. 취미는 생활에 꼭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서, 야근이 잦아지거나 재미가 식으면 그 주에 바로 연락이 끊겨요. 이 모델은 사람을 모으는 힘보다 붙잡아 두는 힘으로 버팁니다.
기본이 주 1회라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금액은 크지 않습니다. 그 대신 과목을 하나 더 듣게 하거나 여러 과목을 함께 수강하게 만들 여지가 넓습니다.
제가 이 모델에서 가장 믿는 무기는 사람입니다. 혼자 배우면 지루해서 떠나지만, 학원에 얼굴 아는 사람이 생기면 음악이 잠깐 시들해져도 남습니다. 그래서 성인 취미반에서 발표회나 모임, 합주는 덤으로 얹어 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팔고 있는 상품의 한가운데에 있어야 합니다.
- 최근 석 달 동안 그만둔 성인 수강생의 이유를 적고, 야근·흥미 저하·기타로 나눠 보세요.
- 수강생끼리 얼굴을 익힐 수 있는 자리가 한 달에 몇 번 있는지 세어 보세요.
- 평일 낮 레슨실 사용률을 시간대별로 체크해 보세요.
03아이 수업은 결제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다릅니다
아이들은 평일 오후 2시에서 7시 사이,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몰립니다. 늦은 저녁과 주말은 오히려 비는 편이에요.
이 모델을 이해하는 열쇠는 하나입니다. 돈을 내는 학부모와 수업을 받는 아이가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요. 아이가 즐거워야 계속 다니고, 학부모가 납득해야 다음 달 결제가 됩니다. 둘 중 한쪽만 붙잡으면 언젠가 끊깁니다.
아이 쪽에서 이탈이 생기는 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아이가 재미를 잃을 때, 학부모가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을 못 받을 때,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며 음악학원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요.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일이 잦습니다.
그래도 한번 자리를 잡으면 이만큼 오래 가는 모델이 없습니다. 주 2~3회 수업이 흔해서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금액이 크고, 몇 해씩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요. 형제가 같이 다니기 시작하면 한 가정에서 매출이 두 배가 되기도 합니다.
이 모델의 승부처는 학부모와의 대화입니다. 진도를 어떻게 알려 드리는지, 참관 수업을 여는지, 동네 학부모 사이에서 우리 학원이 어떻게 이야기되는지가 결국 등록과 재등록을 가릅니다.
- 학부모에게 진도를 알리는 방식과 주기를 지금 한 줄로 적어 보세요.
- 초등 5·6학년 수강생 명단을 따로 뽑아, 중학교 진학 뒤에도 이어 갈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 보세요.
- 형제·자매가 함께 다니는 가정이 몇 곳인지 세어 보세요.
04입시반, 합격자 명단 말고 팔 수 있는 게 있을까?
입시생은 방과 후부터 밤늦게까지, 그리고 방학에 몰리는, 계절을 심하게 타는 시장이에요.
학부모가 결제하는 건 아동 모델과 같지만 판단 기준은 전혀 달라서, 오직 합격 실적 하나만 봅니다. 분위기가 좋다거나 선생님이 다정하다는 말은 이 시장에서 거의 힘을 쓰지 못합니다.
떠나는 이유도 실적에 묶여 있습니다.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실적이 더 좋은 학원이 눈에 들어오면 옮겨 갑니다. 게다가 해마다 입시가 끝나는 순간 그해 인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갑니다.
한 사람에게서 받는 금액은 세 모델 중 가장 큽니다. 소수만 모아도 큰 매출이 나올 수 있어요. 대신 실력이 검증된 강사를 써야 해서 인건비 비중이 높고, 상담부터 실기 점검과 학부모 응대까지 원장이 직접 쏟아야 하는 시간도 세 모델 가운데 가장 많아서 몸이 먼저 지치기 쉽습니다. 실적이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가 어렵다는 것도 각오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아니오에 가깝습니다. 입시에서는 합격자 명단이 곧 광고이고 신뢰입니다. 그 명단을 만들 자신과 사람이 준비돼 있지 않다면, 입시는 주력보다 나중에 붙이는 쪽을 권합니다.
- 입시 지도를 맡길 강사가 지금 몇 명인지, 그 강사의 실적을 무엇으로 보여 줄 수 있는지 적어 보세요.
- 입시가 끝난 뒤 빠지는 인원을 어떤 과정으로 메울지 미리 계획해 보세요.
- 원장이 입시반에 쓸 수 있는 시간이 한 주에 몇 시간인지 솔직하게 적어 보세요.
05섞으시려면 시간표부터 펼쳐 보세요
현실에서는 저를 포함해 대부분 섞어서 운영합니다. 중요한 건 아무렇게나 섞지 않는 거예요. 좋은 조합과 나쁜 조합을 가르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한데, 두 대상이 오는 시간대가 겹치느냐 안 겹치느냐입니다.
성인 취미와 아동은 궁합이 잘 맞는 조합으로, 오후에는 아이들이, 저녁에는 직장인이 와서 시간이 깔끔하게 나뉘고 레슨실이 하루 종일 돌아갑니다. 대신 인테리어와 브랜드 톤을 어느 쪽에 맞출지는 정하셔야 하고, 오후와 저녁의 학원 공기가 달라지는 건 받아들이셔야 해요.
아동에서 입시로 넘어가는 조합도 자연스럽습니다. 어릴 때 시작한 아이가 자라서 입시까지 이어지는 길이 생기니까요. 다만 입시반 분위기가 취미로 다니는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서, 공간과 커리큘럼은 나눠 두시길 권합니다.
가장 어려운 건 성인 취미와 입시입니다. 둘 다 저녁에 몰리고, 원하는 수준도 학원에서 기대하는 분위기도 정반대예요. 입시생이 연습실을 오래 차지하면 취미 수강생은 자리가 없어 밀려나고, 밀려난 사람은 불평 한마디 없이 조용히 그만둡니다. 그래서 저라면 이 조합은 피합니다.
- 지금 받고 있는 대상을 오후·저녁·주말 칸에 나눠 적어 보세요.
- 같은 칸에 두 대상이 겹쳐 있다면 어느 쪽이 밀려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겹치는 칸이 있다면 한쪽을 다른 시간대로 옮길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 보세요.
+그래도 들어오는 문의를 다 받고 싶으시다면
그 마음은 저도 잘 압니다. 문의 한 통이 아쉬운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그럴 때는 받기 전에 세 가지만 스스로 물어보세요.
우리 학원의 주력 대상은 누구인지 딱 하나만 고르고, 그 밖에 받는 대상이 있다면 주력과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황금시간대를 누구에게 줄지 정하는 겁니다. 세 번째 질문의 답이 첫 번째 답과 다르다면, 지금 학원은 내가 생각하는 학원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결정이 서야 그다음 일들이 정리됩니다. 자리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라서, 좋은 자리를 찾지 마세요, 세 가지 지표로 우리 손님이 사는 곳부터 보세요에서 말씀드린 상권 보는 순서도 결국 이 주력에서 출발합니다.
- 대상을 넓히면 매출보다 커리큘럼·상담·마케팅의 가짓수가 먼저 늘어납니다. 주력부터 정하세요.
- 성인 취미는 결정이 빠르고 이탈도 빠릅니다. 수강생끼리 얼굴을 익히는 자리가 상품입니다.
- 아동은 학부모가 결제하고 아이가 다닙니다. 둘을 다 잡아야 오래 갑니다.
- 입시는 실적이 전부입니다. 명단을 만들 사람과 시간이 없다면 나중에 붙이세요.
- 섞을 때는 시간대로 고르세요. 저녁 8시를 준 대상이 그 학원의 진짜 주력입니다.
주력을 정한다는 건 누군가를 거절하는 일처럼 느껴져서 망설여지고, 저도 오래 그랬습니다. 그런데 정하지 않고 버티는 동안 학원은 누구에게도 딱 맞지 않는 곳이 되어 가더군요. 한 대상에게 확실히 맞는 학원이 되고 나면, 그 바깥의 손님은 오히려 소개로 따라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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