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 · 창업자금월 고정비 석 달치를 먼저 떼어 두세요, 피아노학원창업 자금은 다섯 덩어리로 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뮤직 마승일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첫 질문이 거의 같습니다. “대표님, 얼마 있으면 학원 열 수 있어요?” 저는 이 질문에 숫자로 바로 답하지 않습니다. 같은 돈을 들고도 어떤 분은 1년 만에 자리를 잡고, 어떤 분은 석 달 만에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차이는 금액이 아니라 그 돈을 어떤 순서로 나눴느냐에서 납니다.
저도 자리를 잘못 짚어서 돈으로 값을 치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피아노학원창업을 비롯해 음악학원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창업 자금을 어떻게 쪼개고 어디부터 잠가 둬야 하는지 제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01통장을 다섯 칸으로 나눠 보세요
창업 자금을 한 덩어리로 보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저는 늘 다섯 칸으로 나눠서 보시라고 합니다. 첫째는 자리 값, 즉 보증금과 권리금입니다. 둘째는 공간 값인 인테리어입니다. 셋째는 도구 값, 악기와 장비입니다. 넷째는 알리는 값, 오픈 전후의 홍보비입니다. 다섯째가 버티는 값, 예비비입니다.
음악학원은 다른 학원보다 둘째 칸이 유독 무겁습니다. 한 공간을 여러 개의 방으로 쪼개고 방음까지 해야 하니까요. 피아노학원이라면 셋째 칸도 가볍지 않습니다. 방마다 건반 악기가 들어가야 하고, 그 악기는 한 번 들이면 몇 년을 함께 갑니다.
그런데 처음 계획서를 들고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다섯째 칸을 비워 두십니다. 앞의 네 칸을 다 채우고 남는 돈이 예비비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저는 이 순서를 정반대로 바꾸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오늘 글은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02예비비는 월 고정비 × 3~6개월로 계산합니다
예비비를 얼마나 잡을지는 감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매달 나가는 돈부터 적어 보세요. 임대료, 관리비, 홍보비, 그리고 자잘하게 새는 잡비. 이 넷을 더한 것이 월 고정비입니다. 여기에 최소 3을 곱하고, 여유가 되면 6을 곱한 금액을 예비비로 잡습니다.
많이 잡아서 손해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쓰지 않은 예비비는 그대로 남아 두 번째 해의 홍보비나 방 하나를 더 꾸미는 돈이 됩니다. 반대로 모자란 예비비는 학원 전체를 흔듭니다. 넉넉하게 잡는 쪽이 늘 이깁니다.
여기서 하나 보이는 게 있습니다. 예비비의 크기를 정하는 건 결국 월 고정비라는 점입니다. 저희 광주점은 30평에 레슨실 8개인데 임대료와 관리비를 합쳐 한 달 52만 원입니다. 고정비가 이만큼 가벼우면 같은 돈으로 버틸 수 있는 달 수가 훨씬 길어지고, 적은 인원으로도 흑자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을 어떻게 골랐는지는 권리금 2,500만 원에 연습실을 산 이야기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03왜 하필 석 달에서 여섯 달일까요?
학원은 문을 연 다음 날부터 원생이 꽉 차는 업이 아닙니다. 첫 상담이 들어오고, 체험 레슨을 받고, 등록하고, 그 수강생이 친구를 데려오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손익분기까지 원생이 차오르는 그 구간이 보통 몇 달은 됩니다. 예비비 기간을 석 달에서 여섯 달로 잡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구간에 통장이 마르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멀쩡하게 출발한 학원이 다음 달 월세 걱정에 수강료를 크게 깎고,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광고를 급하게 사고, 강사를 줄입니다. 셋 다 당장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지만, 몇 달 뒤 학원의 체력을 더 깎아 먹는 결정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예비비를 버티는 돈이라기보다 원장님이 차분하게 판단하도록 지켜 주는 돈이라고 설명드립니다. 다음 달 월세가 이미 따로 떼어져 있으면, 할인 대신 수업의 질로 승부할 여유가 생깁니다. 높은 임대료의 큰 상권에 들어가시려는 분께 제가 “여기서 1년 적자가 나도 버티실 수 있나요?”라고 꼭 여쭤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04월세 200만 원 차이는 예비비를 얼마나 늘릴까요?
고정비가 예비비를 정한다는 걸 숫자로 한번 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정한 예시입니다. 수강생 한 명당 강사료를 빼고 학원에 10만 원이 남는다고 해 보죠. 그런데 고른 자리가 비슷한 평수의 다른 자리보다 월세가 200만 원 비싸다면, 그 자리에서는 매달 20명을 더 모셔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 차이를 1년 버티면 2,400만 원입니다. 예비비 계산에 이 숫자가 그대로 얹힙니다. 특히 입주가 덜 끝난 신도시 상가는 임대료에 ‘앞으로 좋아질 동네’라는 기대가 먼저 붙어 있어서, 수익이 따라오기 전까지 이 차이를 고스란히 예비비로 메워야 합니다.
층수로 고정비를 낮추는 방법도 있습니다. 성인 수강생은 간판을 보고 오지 않고 검색과 SNS를 보고 찾아오시기 때문에 3층, 4층, 5층도 충분합니다. 엘리베이터만 있으면 됩니다. 반면 아이 대상 피아노학원창업이라면 부모님 눈에 띄고 아이가 혼자 걸어올 수 있는 저층과 안전한 동선이 더 중요하니, 그만큼 고정비가 오른다는 걸 예비비에 미리 반영해 두셔야 합니다. 자리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 지표로 손님 사는 곳부터 보는 글과 함께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05첫 달 적자는 오픈 전에 막습니다
예비비가 버티는 힘이라면, 버텨야 하는 기간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나서 알리기 시작하면 첫 달은 거의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오픈 1~2개월 전부터 오픈 프로모션을 크게 걸고 미리 알려서 등록을 먼저 받는데, 이렇게 하면 공사가 끝나기 전에 첫 달 수강생 일부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문을 여는 날부터 레슨실이 텅 비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오픈 첫 달의 큰 적자를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출발해 오픈 이후 적자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지점이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안산점, 서울 구로점, 광주점은 문을 연 뒤로 단 한 달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세 곳 모두 이른바 1순위 상권이 아니었는데도요.
선판매에는 넷째 칸, 알리는 값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홍보비를 오픈 이후 비용으로만 잡지 말고, 오픈 전 두 달 치를 따로 떼어 두시길 권합니다. 공사비가 초과되면 가장 먼저 깎이는 칸이 여기인데, 사실은 가장 늦게 깎아야 할 칸입니다.
06대출은 갈아타는 순서까지 짜 두세요
자금이 모자랄 때 현실적인 경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개인 자본이 크지 않거나 신용이 넉넉하지 않으면 은행의 신규 창업자 대출은 잘 나오지 않는 편입니다. 매출 기록이 없는 사업자는 은행이 판단할 근거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잡습니다. 처음에는 신용대출이나 가족의 도움으로 오픈 자금을 마련합니다. 3~6개월 운영해서 매출 기록을 쌓습니다. 그다음 이율이 낮은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받아 앞서 빌린 비싼 돈을 갚는 대환으로 이자를 줄입니다. 정책자금은 종류마다 요건과 한도, 금리가 다르고 해마다 바뀌니, 신청하실 때 소상공인24에서 그해 조건을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 협회의 창업 지원사업도 살펴볼 만합니다. 사업계획서로 경쟁하는 방식이라 처음 하시는 분께는 까다롭지만, 교육 모델을 기획성 있게 준비하면 지원금이 창업 자금의 한 칸을 채워 주기도 합니다. 다만 어떤 돈으로 시작하든, 그 돈의 100%를 쓰는 계획은 계획이 아닙니다.
- 임대료·관리비·홍보비·잡비를 더해 월 고정비를 한 줄로 적어 보세요.
- 월 고정비에 3과 6을 곱한 두 숫자를 적고, 그 금액부터 총자금에서 빼 두세요.
- 남은 돈을 자리·공사·악기·홍보 네 칸으로 다시 나눠 보세요.
- 오픈 두 달 전 선판매에 쓸 홍보비를 별도 칸으로 잡아 두세요.
- 대출 계획을 ‘오픈 자금 → 운영 기록 → 정책자금 대환’ 순서로 적어 보세요.
+실용음악학원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피아노든 보컬이든 기타든, 실용음악학원창업에서 순서는 같습니다. 예비비를 먼저 잠그고, 남은 돈으로 자리와 공간과 악기를 설계하세요. 이 순서가 뒤집히면 좋은 자리도, 잘 지은 방도, 좋은 강사도 버틸 시간을 얻지 못합니다. 학원창업은 문을 여는 날이 아니라 원생이 손익분기를 넘는 날 비로소 완성됩니다.
- 창업 자금은 자리·공간·악기·홍보·예비비 다섯 칸으로 나눠서 봅니다.
- 예비비는 남는 돈이 아니라 가장 먼저 떼어 두는 돈입니다.
- 예비비는 월 고정비의 3~6개월치이고, 그 크기는 결국 고정비가 정합니다.
- 오픈 1~2개월 전 선판매로 첫 달 적자를 미리 막습니다.
- 대출은 오픈 자금 → 운영 기록 → 정책자금 대환 순서로 갈아탑니다.
창업 자금표를 받아 보면 학원의 앞날이 어느 정도 보입니다. 예비비 칸이 비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자리와 근사한 인테리어가 적혀 있어도 저는 걱정부터 됩니다. 반대로 예비비가 먼저 잠겨 있는 계획은 첫 몇 달이 더디게 가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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