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평균 연소득 1,055만 원,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뮤직 마승일입니다.
저는 원래 재즈 피아노를 치던 사람입니다. 27살에 첫 학원을 열기 전까지는 레슨과 공연 사이를 오가며 다음 달 일정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이 글은 남의 이야기로 쓰지 못하겠습니다.
창업칼럼에서 갑자기 예술가의 소득 이야기를 꺼내는 게 엉뚱해 보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학원창업을 상담하다 보면 결국 이 지점으로 돌아옵니다. 학원을 열겠다는 분 대부분이 연주자이거나 강사였고, 그 시절 통장에 찍히던 숫자가 지금의 결정을 밀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그 숫자를 똑바로 놓고 보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01통계보다 먼저, 내 시급부터 계산해 보세요
보통 이런 글은 전국 통계로 시작합니다. 저는 그 순서를 거꾸로 해 보겠습니다. 전국 평균은 아무리 낮아도 남의 일처럼 읽히는데, 내 숫자를 먼저 적어 보면 그다음에 나오는 통계가 전혀 다르게 들어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음악으로 들어온 돈을 전부 더합니다. 레슨비와 강의료, 공연과 세션 페이, 음원이나 저작권으로 들어온 돈, 그 밖의 잡수입까지 하나도 빼지 않고 모은 금액이 계산의 분자가 됩니다.
어려운 건 분모입니다. 그 돈을 벌려고 들인 시간을 적어야 하는데, 대부분 무대 위나 레슨실 안에 있던 시간만 세고 나머지는 슬쩍 빼 버리기 때문에 시급이 실제보다 훨씬 좋아 보이게 되니, 혼자 연습한 시간, 왕복 이동, 악보 준비, 문자로 일정 맞추는 시간까지 넣어서 한 주 평균을 잡고 52를 곱하세요.
분자를 분모로 나누면 실질 시급이 나옵니다. 그 옆에 올해 최저시급을 적고 차이를 보세요. 숫자가 조금 틀려도 괜찮은 게, 이 계산의 목적은 맞히는 데 있지 않고, 외면하던 숫자와 눈을 맞추는 데 있습니다.
미리 한 가지 말씀드리면, 거기 나온 숫자는 재능의 점수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내가 내 일에 값을 매겨 온 방식이 찍힌 영수증에 가깝습니다. 재능은 그대로 두고 값을 매기는 방식을 바꾸면 그 칸은 움직입니다.
- 지난 12개월 음악 수입을 레슨·공연·음원·기타 네 칸으로 나눠 더해 보세요.
- 연습·이동·준비·연락 시간까지 넣은 주당 투입 시간을 적고 52를 곱하세요.
- 나눈 값을 올해 최저시급 옆에 나란히 적어 두세요.
02예술인 5,059명의 지갑에는 얼마가 들어 있었을까?
내 숫자를 적어 두셨다면 이제 남의 숫자를 볼 차례인데,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인 5,059명에게 물었습니다. 한 사람이 1년에 버는 돈은 평균 1,055만 원이었습니다. 같은 해 국민 평균 소득과 비교하면 41% 수준이에요.
분야별로 나눠 보면 숫자는 더 내려가서, 음악이 901만 원, 무용이 802만 원, 미술이 603만 원, 사진이 334만 원입니다. 음악이 그나마 위쪽이라는 게 위로가 되지는 않습니다.
평균은 원래 몇몇 높은 소득에 끌려 위쪽으로 올라가는 숫자라서, 분포를 같이 봐야 실제 모습이 보입니다. 10명 가운데 7명이 넘게 연 1,200만 원 아래에 있었고, 3명 가운데 1명은 예술 활동으로 들어온 돈이 아예 없었습니다.
1,200만 원을 12로 나누면 한 달 100만 원입니다. 저는 이 숫자가 우리 업계의 체감에 가장 가깝다고 봅니다. 편의점에서 주5일을 꼬박 채워 일한 사람보다 적은 금액이에요. 10년, 20년 손가락에 굳은살을 박아 가며 만든 기술에 지금 시장이 붙여 놓은 가격표가 그렇습니다.
아까 계산한 내 시급과 이 숫자를 나란히 놓아 보세요. 아마 대부분 이 근처 어딘가에 계실 텐데,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아시는 것부터가 출발입니다.
- 내 연간 음악 수입이 1,055만 원, 1,200만 원과 비교해 어디쯤인지 표시해 보세요.
- 수입 가운데 레슨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로 계산해 보세요.
- 월 100만 원 아래였던 달이 1년에 몇 번이었는지 세어 보세요.
03우리를 위해 만든 고용보험, 왜 우리를 비켜 갈까?
그래도 요즘은 제도가 생기지 않았느냐고 물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맞습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이 생겼고 소식만 들으면 분명 반가운 일이에요.
그런데 들어가려면 예술 활동으로 한 달에 50만 원 이상을 벌어야 합니다. 예술로 번 돈이 아예 없는 43%는 문 앞에도 서지 못합니다. 정작 보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 조건에서 먼저 빠지는 구조예요.
현장에서는 이걸 피해 가는 방법까지 생겼습니다. 가입 의무가 생기지 않도록 페이를 49만 원에 맞춰 주거나, 한 번에 줄 돈을 몇 달로 나눠 보내는 식이죠. 주는 쪽은 서류를 줄이고, 받는 쪽은 보험을 잃습니다.
실업급여 쪽 사정도 비슷해서, 24개월 안에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냈어야 받을 수 있어요. 공연이 잡히는 달에 일하고 비는 달에 쉬는 사람에게 9개월은 생각보다 먼 숫자입니다. 제도가 나빠서라기보다, 제도가 상정한 일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른 겁니다.
4대보험 바깥에 있고, 다음 달 일이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프리랜서. 꿈을 크게 품은 것과 별개로, 서류상 우리의 위치는 그렇습니다.
- 지난 1년 동안 예술 활동 수입이 50만 원을 넘긴 달이 몇 번인지 세어 보세요.
- 페이를 쪼개서 받거나 49만 원에 맞춰 받은 적이 있는지 입금 내역을 확인해 보세요.
- 최근 24개월 가운데 보험료가 나간 달이 몇 달인지 적어 두세요.
04계약서 없이 시작한 일은 끝나도 남는 게 없습니다
돈이 새는 구멍은 제도 말고도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계약서입니다. 예술인 10명 가운데 4명은 아무 서면 없이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금액도, 지급일도, 결과물의 권리도 전부 말로만 남게 되는데, 말로 남은 약속은 서로 사이가 좋을 때만 지켜지고 조금이라도 틀어지는 순간 누구 기억이 맞는지 다투는 일로 바뀌어 버립니다. 레슨 한 건, 세션 한 번이라도 문자 한 줄로 조건을 남겨 두는 습관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몇 년 뒤 통장이 달라집니다.
저작권료 쪽은 더 아픕니다. 한 번이라도 받아 본 사람이 10명 중 3명뿐이었어요. 우리가 만든 곡과 연주가 어딘가에서 계속 쓰이는데, 그 대가가 만든 사람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늘 같은 생각을 합니다. 예술을 하는 시간과 별개로, 내 일의 조건을 문서로 정하는 시간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 시간을 아까워하면 연습한 시간까지 같이 사라집니다.
- 지금 하고 있는 레슨·출강·세션마다 금액과 지급일이 글로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글로 남은 게 없는 일은 오늘 문자 한 줄로라도 조건을 정리해 보내세요.
- 내가 만든 곡이나 녹음이 있다면 저작권 등록이 돼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05떠난 친구들은 재능이 모자라서 떠난 게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제도와 계약에서 조금씩 새어 나간 돈이 몇 년씩 쌓이면 결국 사람이 무대를 떠나게 되는데, 실제로 예술인의 23%가 1년 넘게 활동을 쉬어 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왜 쉬었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은 실력도, 슬럼프도 아니었습니다. 수입이 부족해서였고, 그 비율이 65.5%였어요.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꽤 오래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함께 무대에 서던 친구들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거든요. 그 친구들이 음악을 내려놓은 이유를 저는 그동안 막연히 재능이나 끈기 탓으로 넘겨 왔습니다.
그런데 숫자는 전혀 다르게 말합니다. 실력이 없어서 그만둔 게 아니라 생활비가 없어서 그만둔 거라고요.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실력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지만,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는 생각보다 빨리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의 문제인가. 그 답은 다음 칼럼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미리 귀띔하자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 음악을 쉬었던 시기가 있었다면 그때 이유를 한 줄로 솔직하게 적어 보세요.
- 그 이유가 실력이었는지 수입이었는지 나눠서 표시해 보세요.
- 수입이 이유였다면, 그때 고정으로 들어오던 돈이 얼마였는지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보세요.
+이 숫자를 들고 음악학원 원장이 되려 한다면
음악학원창업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이 숫자를 두 번 읽으셨으면 합니다. 한 번은 내가 지나온 자리로, 한 번은 앞으로 함께 일할 강사님들의 자리로요.
원장이 되면 계약서를 받는 사람에서 계약서를 쓰는 사람으로 자리가 바뀝니다. 페이를 49만 원에 맞추고 싶은 유혹도, 정산일을 미루고 싶은 마음도 그때 생깁니다. 위에서 본 숫자들이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면, 그 유혹 앞에서 한 번은 멈추게 될 거예요.
학원을 연다는 건 결국 음악으로 버는 돈의 흐름을 내 손으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프리랜서 시절에 겪은 불안정을 강사님들에게 그대로 물려줄지, 끊을지는 원장이 정합니다. 처음 학원을 여는 마음가짐은 27살에 연 첫 학원에서 저는 재공사비를 제 돈으로 냈습니다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 전국 통계보다 내 실질 시급을 먼저 계산해 보세요. 그 숫자는 재능이 아니라 값을 매긴 방식의 기록입니다.
- 예술인 평균 연소득은 1,055만 원, 음악은 901만 원이었고 3명 중 1명은 예술 수입이 없었습니다.
- 고용보험은 월 50만 원 이상 벌어야 들어갈 수 있어, 가장 필요한 사람이 먼저 빠집니다.
- 10명 중 4명은 계약서 없이 일하고, 저작권료를 받아 본 사람은 10명 중 3명입니다.
- 활동을 멈춘 이유 1위는 수입 부족(65.5%)이었습니다. 실력보다 구조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숫자만 늘어놓은 글이라 읽기 무거우셨을 겁니다. 저도 이 숫자들을 정리하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굳이 꺼낸 이유는 하나입니다. 우리가 힘들었던 이유를 재능 탓으로 돌리는 순간 바꿀 수 있는 것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구조 탓이라는 걸 알면 구조를 바꿀 궁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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