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 · 브랜드 철학피아노학원창업 전에 세 문장부터 쓰세요, 할인 요청과 퇴원 상담에서 원장의 답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뮤직 마승일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처음 학원을 열 때는 철학 같은 건 나중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생부터 모으고, 자리 잡으면 그때 멋진 문장 하나 만들면 되겠지 싶었어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 건, 비슷한 상황에서 제가 매번 다른 답을 하고 있다는 걸 강사분들이 먼저 눈치챘을 때였습니다.
요즘 피아노학원창업 상담을 하다 보면 인테리어와 자리, 수강료 이야기는 다들 꼼꼼히 준비해 오십니다. 그런데 “원장님 학원은 무엇을 파는 곳인가요?”라고 여쭤보면 대부분 잠깐 멈추십니다.
오늘은 그 질문에 답하는 세 문장을 만드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되고, 하루면 쓸 수 있습니다.
01브랜드 철학은 대형 프랜차이즈만의 일일까요?
상담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분이 웃으십니다. 그건 큰 회사나 하는 거고, 원장 혼자 하는 동네 학원에는 사치라고요. 저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원을 서른 곳 넘게 열고, 한 지점에서 수강생 500명 이상을 운영해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오히려 철학이 더 필요합니다. 큰 조직은 매뉴얼과 결재 라인이 대신 판단해 주지만, 작은 학원은 모든 결정이 원장님 한 사람의 그날 컨디션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철학은 벽에 걸 문구가 아닙니다. 판단이 헷갈릴 때 돌아갈 자리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래서 문장이 멋있을 필요는 없고, 원장님이 실제로 꺼내 쓸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02매일 하는 작은 결정에 기준이 없으면 학원이 흔들립니다
피아노학원을 운영하시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결정을 하게 됩니다. 두 달 다닌 아이가 그만두겠다고 할 때 한 번 더 붙잡을지 기분 좋게 보내 드릴지, 강사가 수업 시간을 잘못 안내했을 때 학부모 편에 설지 강사를 감쌀지, 형제가 함께 다니니 더 깎아 달라는 부탁에 어디까지 맞춰 드릴지.
학부모님들은 만 원, 2만 원에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십니다. 학원비는 한 번 내고 끝나는 돈이 아니라 매달 나가는 돈이라서요. 그래서 형제 할인이나 지인 추천 할인 같은 장치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을 때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같은 부탁에 어떤 날은 들어 드리고 어떤 날은 거절하게 되고, 그 차이를 학부모님과 강사분들이 먼저 알아차리는데, 원장님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인상은 한번 생기면 잘 지워지지 않아서 할인 몇만 원보다 훨씬 비싸게 돌아옵니다. 맘카페처럼 말이 빨리 도는 곳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철학이 있으면 이 결정들이 쉬워집니다. 정답이 생겨서가 아니라, 우리 학원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물을 수 있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03‘음악을 잘 가르치겠습니다’는 왜 미션이 될 수 없을까요?
첫 번째 문장은 미션입니다. 우리 학원은 왜 있는가에 대한 답이에요. 여기서 대부분 처음에 쓰시는 문장이 “음악을 잘 가르치는 학원”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아무것도 구분해 주지 않습니다. 길 건너 학원도, 옆 건물에 새로 생긴 학원도 똑같이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잘 가르치는 건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한 단계 더 들어가 보셔야 합니다. 우리 수강생이 음악을 배워서 결국 무엇을 얻게 되는가.
저희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는 음악을 가르치려고 있는 곳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도록 돕기 위해 있는 곳이라고요. 성인 취미가 주력이라서 나온 문장입니다. 아이들이 주력인 피아노학원이라면 전혀 다른 문장이 나와야 맞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비전입니다. 3년 뒤, 5년 뒤 우리 학원이 어떤 곳이 되어 있을지를 적습니다. 여기서 흔히 하는 실수가 원생 200명 같은 숫자를 적는 건데, 그건 목표이지 비전이 아닙니다. 비전은 숫자가 아니라 상태여야 해서, 이 동네에서 피아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나 아이가 학교보다 더 오고 싶어 하는 곳처럼 눈앞에 그려지는 그림으로 적으셔야 합니다.
04핵심가치는 강사를 뽑는 기준으로 쓰세요
세 번째 문장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핵심가치는 우리 학원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한다는 약속이고,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가 적당합니다.
이게 실용적인 이유는 그대로 강사 채용 기준과 교육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면접에서 우리는 이런 분을 모시고 이런 태도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 기준이 흐트러졌을 때 다시 꺼내 들 근거가 됩니다. 강사 관리를 한 바퀴로 돌리는 이야기는 강사 기록부터 남기세요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다섯 가지를 정했습니다. 동행은 수강생을 결제한 고객이 아니라 같이 걸어가는 사람으로 대한다는 뜻이고, 진심은 이름을 외우고 안부를 묻는 사람 대 사람의 관계입니다. 경험은 레슨 한 시간보다 큰 것, 그러니까 무대와 모임과 배움의 확장을 드리자는 약속입니다. 균형은 수강생과 강사, 학원, 그리고 원장 자신까지 네 방향을 같이 보자는 것이고, 주도는 좋은 문화는 위에서부터 만들어지니 관리자가 먼저 움직이자는 것입니다.
이걸 그대로 가져다 쓰시라는 말은 아닙니다. 원장님이 직접 고른 단어여야 힘이 생깁니다. 지금까지 학원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가장 화가 났던 순간을 하나씩 떠올려 보시면, 원장님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대개 거기서 나옵니다.
05우리가 파는 것은 레슨이 아니라 무엇인가
세 문장을 다 썼다면 마지막으로 빈칸 하나를 채워 보세요. 우리 학원이 파는 것은 레슨이 아니라 ○○이다. 이 빈칸이 채워지면 철학은 거의 완성입니다. 그리고 이 한 줄이 나중에 홍보 문구와 상담 대본, 인테리어 콘셉트까지 정합니다.
아이들이 주력인 피아노학원이라면 그 빈칸에는 대개 아이의 성장이 들어갑니다. 실력만이 아니라 자신감과 집중력, 무대에 서 본 경험까지요. 그러면 할 일이 저절로 보입니다. 수업 내용과 진도를 부모님께 꾸준히 알려 드리고, 가끔은 참관 수업을 열어 우리 아이가 어떤 표정으로 배우고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부모님이 두 눈으로 직접 보실 수 있게 해 드리는 겁니다. 결제하시는 분은 부모님이고, 부모님이 사시는 건 아이의 변화니까요.
성인 취미가 주력이라면 빈칸에는 일상의 변화가 들어갑니다. 퇴근 뒤의 시간, 나를 위한 취미, 사람들과의 연결입니다. 저희가 수강생 음원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공연장을 빌려 무대에 오르고, 버스를 대절해 주꾸미 낚시까지 다녀온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레슨 한 시간만으로는 그 빈칸이 채워지지 않거든요.
입시가 주력이라면 빈칸에는 합격이 들어갑니다. 이때는 감성적인 문장을 앞세우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지고, 책임과 실력의 언어가 맞습니다. 타깃을 정하는 문제 자체는 아이·성인·입시생 다 받으면 학원이 흐려집니다에서 다뤘으니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 “우리 학원은 ○○을 위해 있다”를 한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잘 가르친다’가 들어가면 한 단계 더 들어가세요.
- 3년 뒤 우리 학원의 모습을 숫자 없이 한 줄로 그려 보세요.
- 강사에게 바라는 태도를 세 개에서 다섯 개 단어로 고르고, 단어마다 한 줄 설명을 붙이세요.
- “우리가 파는 것은 레슨이 아니라 ○○이다”의 빈칸을 채우고, 지금 상담 대본과 맞는지 비교해 보세요.
+피아노학원창업을 앞두고 계시다면
피아노학원창업이나 실용음악학원창업을 준비하시는 원장님들께는 이 세 문장을 오픈 전에 써 두시길 권합니다. 오픈하고 나면 매일 결정할 일이 쏟아지는데, 그때 기준을 만들기는 훨씬 어렵습니다.
써 둔 문장은 첫 강사 면접 자리와 첫 상담 자리에서 바로 쓰입니다. 그리고 몇 달 뒤 할인 요청이나 퇴원 상담 앞에서 망설여질 때, 그 종이를 한 번 다시 펼쳐 보시면 됩니다.
- 브랜드 철학은 액자 속 문구가 아니라 판단이 헷갈릴 때 돌아가는 자리입니다.
- 작은 학원일수록 모든 결정이 원장 한 사람에게 달려 있어 기준이 더 필요합니다.
- ‘잘 가르친다’는 미션이 아닙니다. 수강생이 결국 무엇을 얻는지까지 들어가세요.
- 비전은 숫자가 아니라 상태로, 핵심가치는 강사 채용과 교육의 기준으로 쓰세요.
- “우리가 파는 것은 레슨이 아니라 ○○이다”의 빈칸을 오픈 전에 채우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문장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몇 번을 고쳐 쓰면서 지금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또 고칠 겁니다. 다만 한 번 써 두니 같은 상황에서 다른 답을 하는 일이 확실히 줄었고, 강사분들도 원장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묻지 않아도 알게 되더군요. 그게 철학이 학원에서 하는 일의 전부이자, 생각보다 큰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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